한국 드라마 그 해 우리는 (혐관 로맨스, 첫사랑, 삼각 관계)

 

 

‘그해 우리는’은 단순한 연애 드라마의 범주를 넘어서, 청춘의 감정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정교하게 그려낸 한국형 현실 로맨스다. 특히 ‘혐관(혐오 관계)’이라는 트렌디한 키워드를 통해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며, 2030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작품은 겉보기엔 풋풋한 첫사랑의 재회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성장, 후회, 자존감, 그리고 현실의 무게가 촘촘히 녹아 있다. ‘그해 우리는’은 그래서 단순히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야기라기보다, ‘사랑 이후의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성숙한 서사로 자리 잡았다.

혐관 로맨스의 현실적 매력 – 사랑과 미움의 교차로

‘그해 우리는’의 첫 번째 특징은 바로 ‘혐관 로맨스’의 사실적 표현이다. 혐관이란, 서로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미워하고 지쳐버린 관계를 뜻한다. 극 중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는 고등학교 시절 다큐멘터리 촬영을 계기로 만나면서 시작된다. 성격은 완전히 상반된다. 느긋하고 자유로운 예술가형 남자와, 냉정하고 완벽주의적인 현실주의 여성. 처음엔 그런 차이가 매력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갈등의 씨앗이 된다.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결국 이별하게 된 두 사람은, 몇 년 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재회한다.

이들의 관계는 마치 오래된 흉터처럼, 다시 만났을 때도 여전히 아프고 뜨겁다. 연애의 감정선이 일방적인 애틋함이나 그리움이 아닌, ‘짜증과 미련이 섞인 복합적 감정’으로 묘사된다는 점이 신선하다.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싸우는 장면에서조차 현실적인 공감을 느낀다. “너는 항상 자기 생각만 하지” “넌 내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잖아”라는 대사들은 실제 연애 중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말이다. 이런 현실감이 ‘그해 우리는’을 2030 세대의 로맨스 대명사로 만든 핵심이다.

혐관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이며, 서로를 향한 기대와 실망이 공존하는 관계의 증거다. 최웅은 자유를 원하지만, 연수는 안정감을 원한다. 그들의 감정은 언제나 엇갈리지만, 그 엇갈림 속에서도 여전히 서로에게 끌린다. 이 드라마는 바로 그 복잡한 감정을 낭만화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예전처럼 쉽게 웃지 못하고, 어색함과 미련이 뒤섞인 감정의 경계에서 머문다. 사랑은 여전하지만, 상처 또한 여전히 깊기 때문이다.

‘그해 우리는’은 이 혐관 서사를 통해 시청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끝나도 감정은 사라질까?” 드라마는 그 답을 모호하게 남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사랑이 끝나도 관계의 흔적은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흔적이 때로는 새로운 이해로, 때로는 미련으로 남아 우리를 성장시킨다.

첫사랑의 현실적 해석 – 낭만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

‘그해 우리는’은 첫사랑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첫사랑을 ‘가장 순수한 사랑’으로 그린다면, 이 작품은 ‘가장 불완전한 사랑’으로 묘사한다. 최웅과 국연수의 관계는 풋풋했지만, 동시에 치열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첫사랑이었지만, 첫사랑이기에 미숙했고, 그래서 상처가 컸다. 연수는 가난과 현실 속에서 성공을 쟁취해야 했고, 최웅은 자유로운 예술 세계에서 의미를 찾고자 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인생의 목표가 달랐다. 결국 그 차이가 헤어짐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별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수는 냉정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최웅은 감정의 불안정함을 극복하며 한층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이 둘의 재회는 단순한 감정의 복원이 아니라, ‘이해의 시작’이다. 첫사랑은 완벽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그 미숙함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바로 그것이 ‘그해 우리는’이 전하고자 한 첫사랑의 진짜 의미다.

OST와 연출은 이러한 감정선을 완벽하게 보완한다. 특히 샘김의 “너의 모든 순간”, 비비의 “Maybe If” 등은 감정의 농도를 깊게 만들어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인다. 화면은 따뜻한 색감으로 포근함을 주지만, 동시에 어딘가 쓸쓸하다. 이는 ‘그 시절의 우리’가 이미 지나갔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그해 우리는’은 첫사랑의 미련과 성숙의 교차점을 감각적으로 시각화한 드라마다.

또한 이 드라마는 첫사랑의 감정을 통해 자아의 문제를 탐구한다. 사랑이 끝난 뒤 남는 건,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해’다. 최웅은 연수를 잃고서야 자신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마주하게 되고, 연수는 최웅을 잃고서야 감정의 솔직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이처럼 사랑은 성장의 통로로 기능하며, ‘그해 우리는’은 그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삼각 관계의 새로운 해석 – 경쟁이 아닌 공존의 감정

‘그해 우리는’의 삼각 관계는 기존의 클리셰를 완전히 뒤집는다. 보통 삼각 관계는 ‘누가 주인공의 사랑을 얻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삼각 관계는 ‘누가 더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로 전환된다. 최웅, 국연수,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 김지웅(김성철)의 관계는 사랑보다는 ‘이해의 과정’이다. 김지웅은 연수를 좋아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관찰자 역할을 자처한다. 그는 카메라 뒤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자신의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김지웅의 서사는 단순히 짝사랑의 비극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통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본질을 깨닫는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의 대사, “나는 늘 카메라 뒤에 있었다”는 말은 단순한 직업적 언급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신을 위치시키는 철학적 선언이다. 그는 사랑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이것이 바로 ‘그해 우리는’이 삼각 관계를 단순한 감정의 경쟁이 아니라, 인간의 성숙으로 확장시킨 이유다.

연출적으로도 이 삼각 관계는 세 인물의 내면을 평행선처럼 보여준다. 최웅은 감정의 예술가, 연수는 이성의 현실주의자, 지웅은 감정의 관찰자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결국엔 모두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 “사랑은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 결론은 2030 세대가 공감할 만한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사랑이 성공이나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그것이 헛된 감정은 아니라는 것. 실패한 사랑도 우리를 성장시킨다.

2030 세대의 감정 대변 – 관계의 피로와 진심 사이에서

‘그해 우리는’이 2030 세대에게 열렬히 사랑받은 이유는 명확하다. 이 드라마는 연애의 낭만보다 ‘현실의 피로’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일, 돈, 자존감, SNS 속 관계의 피곤함 등 현대인의 감정적 피로를 배경으로 하며, 그 속에서 여전히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담는다. 특히 연수의 캐릭터는 “일도 사랑도 포기하지 못하는” 현대 여성을 상징한다. 그녀는 완벽해 보이지만, 내면은 늘 불안하다. 최웅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과의 관계 맺기에 서툴다. 두 인물은 오늘날 청춘의 자화상이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자신의 연애를 떠올린다. ‘그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 ‘말하지 못했던 감정’, ‘끝내 화해하지 못한 관계’ 등 개인의 기억이 작품 속 감정선과 겹친다. 특히 2030 세대는 감정 표현보다 ‘자기 관리’를 우선시하는 세대이기에, 솔직하지 못한 인물들의 심리를 이해한다. 그래서 ‘그해 우리는’은 연애 드라마이면서도, 감정의 세대론으로 읽힌다.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기에 진짜다. 상처받더라도, 다시 사랑할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이 어른의 연애이고,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한 감정의 핵심이다.

결론: 현실적 감정선이 만든 세대의 명작

‘그해 우리는’은 화려한 서사 없이도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 이유는 진실함 때문이다. 혐관의 미묘한 감정, 첫사랑의 미련, 삼각 관계의 내면성 모두 현실과 닮아 있다. 사랑이 항상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이야기한다. 2030 세대에게 이 드라마는 거울 같은 존재다. 자신이 지나온 관계의 흔적을 비춰보게 만들고, 그 안에서 감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결국 ‘그해 우리는’은 단순한 연애 서사가 아니라, 한 세대의 감정 기록이다. 혐관을 통해 사랑의 불완전함을, 첫사랑을 통해 성장의 가능성을, 삼각 관계를 통해 이해의 깊이를 보여준다. 2025년 지금 다시 보아도, 이 드라마는 여전히 공감되고 여전히 아프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작품의 진짜 힘이다. 사랑이 완벽하지 않아도, 감정은 여전히 우리를 성장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그해의 우리를 기억한다.